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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커버이미지)
    [문학]천 개의 파랑 - 2019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소설 부문 대상 수상작
    • 천선란 지음
    • 허블
    • 2022-05-10

    소설가 최진영, 영화감독 민규동, 배우 손수현 추천!우리 SF를 물들일 가장 따뜻한 색,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천선란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의 또 다른 성취로 기억될 이름!우리 SF가 품게 된 가장 따뜻한 물결, 천선란!열일곱 살, 천선란은 무작정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안고 부모님의 허락 없이 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한다. 소설을 쓸 수 있는 공간이라면 아주 작은 곳이라도 어디든지 발을 디뎠다. 잠시 소설 쓰기를 작파한 적도 있지만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은 뿌리칠 수 없었다. 그는 언제나 ‘작가’였다. 글을 쓰지 않을 때도 언제나 무언가를 상상했고, 이야기를 꿰고, 인물에게 숨을 불어넣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선란은 데뷔 전부터 브릿G, 환상문학웹진 거울 등 여러 플랫폼에 꾸준히 작품을 업로드하며 내실을 다져왔다. 소설가를 꿈꾸던 소녀는 10년 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을 받으며 한국 SF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총아가 된다. 2019년 첫 장편소설 『무너진 다리』로 SF 팬들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2020년 7월,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을 통해 우리 SF의 대세로 굳건히 자리 잡은 천선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대상 수상작 『천 개의 파랑』은 이를 방증하듯 출간 전부터 많은 SF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모았다.『천 개의 파랑』은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 김보영에게 “천 개의 파랑이 가득한 듯한 환상적이고 우아한 소설”, “이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명 작가의 작품이라 해도 믿을 법했다” 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이는 김창규 작가가 한국과학문학상 심사평에서 언급한 말과 맥을 같이 한다. “더 이상 좋은 한국 SF의 가능성’이란 얘기는 듣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뻤다. 그만큼 SF를 충분히 소화하고 빚은 작품들이, 가능성을 넘어 다양한 길을 정하고 완성되고 있었다.” 천선란은 더 이상 SF의 가능성이 아니다. 그는 이미 완숙하게 무르익은 상태로 우리에게 도달한 ‘준비된 작가’다.천선란은 어느 날 홀연히 우리에게 다가온 혜성 같은 빛이 아닌, 바위마저 뚫는 꾸준함으로 조금씩 스며든 물방울이다. 그 물방울들은 이제 하나로 모여 거대한 파랑波浪을 이룬다. 긴 습작의 시간으로 단련된 문학적 근육, 그 동력으로 지금 이 순간도 쉼 없이 쓰고 있는 작가. 이 성실함만으로도 천선란의 행보는 더할 나위 없이 미더운데, 그는 언제나 여기보다 더 먼 곳을, 더 넓은 곳을 응시하는 곧고 너른 시선까지 가지고 있다. 10년 동안 모인 작은 물방울들이 만들어낸 물결은 이제 막 밀려오기 시작했다. ‘이미 완성된 작가’ 천선란, 그의 이름은 한국과학문학상의 또 다른 성취로 기억될 것이다.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속도 속에서,있는 힘껏, 여린 풀잎 하나 놓치지 않는 올곧고 믿음직한 시선SF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예견하는 장르라면, 『천 개의 파랑』은 진보하는 기술 속에서 희미해지는 존재들을 올곧게 응시하는 소설이다. 발달한 기술이 배제하고 지나쳐버리는 이들, 엉망진창인 자본 시스템에서 소외된 이들, 부서지고 상처 입은 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던 이들을 천선란은 다정함과 우아함으로 엮은 문장의 그물로 가볍게 건져 올린다. 그의 소설은 희미해진 이들에게 선명한 색을 덧입히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동식물과 자연, 다수에 속하지 않는 인간을 배제하는 발전을 추구한다면 인류는 빠르게 멸망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며 다시 배워야만 한다. 행복과 위로, 애도와 회복, 정상성과 결함, 실수와 기회, 자유로움의 진정한 의미를. 우리는 ‘천천히, 천천히’ 나아가도 된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무엇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나아가는 방법을 보여주는 따뜻하고 찬란한 소설을 만났다. 고맙고 벅차다.” -최진영(소설가)최진영 소설가가 추천의 글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천 개의 파랑』을 읽으며 행복과 위로, 애도와 회복, 자유로움과 같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안락사당할 위기에 처한 경주마 ‘투데이’, 하반신이 부서진 채로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장애를 가진 채 살아가는 소녀 ‘은혜’, 아득한 미래 앞에서 방황하는 ‘연재’, 동반자를 잃고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끝없는 애도를 반복하는 ‘보경’, 『천 개의 파랑』은 이렇듯 상처 입고 약한 이들의 서사를,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따뜻한 파랑波浪처럼 아우른다. 세계의 구석에서 누구도 홀로 물방울처럼 울지 않게 말이다. 눈을 감았다가 뜰 때마다 천변만화하는 세상 속에서도 『천 개의 파랑』은 변하지 않는 것, 이 세계의 가장 느리고 약한 것들과 기꺼이 발걸음을 맞추며 걷는다.『천 개의 파랑』은 천선란 작가가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놓은 한 줄에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풍경 속에서도 ‘있는 힘껏 고개를 돌려 흐릿한 풀잎을 바라보는’ 천선란의 시선은 올곧으며, 개미 한 마리조차 밟지 않기 위해 느린 걸음을 연습하는 작가의 태도는 믿음직스럽다. 그렇기에 우리는 천선란의 시선과 발걸음에 맞추어 『천 개의 파랑』을 읽는 동안 ‘부서지고 다친 작은 존재들의 끈질긴 연대 너머로만 엿볼 수 있는 촘촘한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동물과 로봇 그리고 인간, 종을 넘어선 이들의 아름답고 찬란한 회복의 연대★“달리는 순간만큼은 저도 호흡하고 있어요”-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의 이야기2035년, 경마 경기의 기수는 인간에서 휴머노이드로 대체된다. 인간보다 가볍고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휴머노이드를 태우고 뛰는 경주마들은 그전보다 훨씬 빠르게 질주해야 한다. 계속 빠르게 달리기만을 강요당하다 연골이 다 닳아버려 더는 뛸 수 없게 된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투데이의 파트너로 호흡을 맞춰온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 콜리는 어느 날, 늦여름의 경기에서 스스로 낙마를 선택한다. 투데이가 다리를 완전히 잃기 전에, 투데이를 지키기 위해.★“살아간다는 건 늘 그런 기회를 맞닥뜨리는 거잖아”-기적을 만들어낸 소녀, 연재의 이야기.로봇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소녀 연재는 집안 형편 때문에 ‘소프트 로봇 연구원’이라는 꿈을 잠시 접어둔 채 방황하고 있다. 어느 날, 연재는 우연히 들린 경마공원의 마사 한구석에서, 부서진 채 폐기를 두고 있는 휴머노이드 ‘콜리’를 발견한다. 다른 휴머노이드 기수와는 다르게 경기 중 ‘하늘을 바라보다가’ 낙마했다는 콜리에게 연재는 강렬한 끌림을 느낀다. 그렇게 기적을 이뤄낼 연재와 콜리의 만남은 시작된다.★“삼차원의 우리가 일차원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진정한 자유로움을 원하는 소녀, 은혜의 이야기.연재의 언니, 휠체어를 타는 은혜에게 바깥세상은 ‘위험천만한 모험’이다. 은혜는 다리를 잃은 경주마 ‘투데이’에게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끼며 매일 투데이를 보러 가지만,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서야 하는 은혜의 여정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은혜에게 필요한 ‘자유’란 생체 적합성 의족이나 전동 휠체어가 아닌, ‘인도에 오를 수 있는 완만한 경사로와 가게로 들어갈 수 있는 리프트, 횡단보도의 여유로운 보행자 신호, 버스와 지하철을 누구의 도움 없이도 탈 수 있는 안전함’이다. “삼차원의 우리가 일차원의 말에 상처받지 말자.” 친구 주원이 건넨 용기에 힘입어, 비로소 삼차원의 은혜는, 일차원의 세상이 규정한 ‘정상성’에 도전한다.★“행복한 순간만이 유일하게 그리움을 이겨.”-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누군가를 애도하는, 보경의 이야기불의의 사고로 소방관인 남편을 잃고, 은혜와 연재 두 딸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보경에게 은혜는 ‘아픈 손가락’ 연재는 ‘신경이 손상된 손가락’이다. 가난한 살림 때문에 은혜에게 의족을 달아주지 못했다는 부채감, 은혜에게만 신경 쓰느라 연재의 재능을 살피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에 보경이 두 딸을 향해 뻗은 손은 언제나 닿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한다. 그러나 서로를 안아주는 팔보다 더욱 진실 된 것은 서로 안기 직전 뻗은 두 팔의 머뭇거리는 떨림일 것이다. 보경은 우연히 집으로 들어오게 된 휴머노이드 콜리와의 교감을 통해 다친 마음을 회복하고 조금씩 두 딸에게 다가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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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한 편의점 (커버이미지)
    [문학]불편한 편의점
    •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02-10

    불편한데 자꾸 가고 싶은 편의점이 있다!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위로하는 편의점의 밤정체불명의 알바로부터 시작된 웃음과 감동의 나비효과『망원동 브라더스』 김호연의 ‘동네 이야기’ 시즌 2원 플러스 원의 기쁨, 삼각김밥 모양의 슬픔, 만 원에 네 번의 폭소가 터지는 곳!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조금 특별한 편의점 이야기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망원동 브라더스』로 데뷔한 후 일상적 현실을 위트 있게 그린 경쾌한 작품과 인간의 내밀한 욕망을 기발한 상상력으로 풀어낸 스릴러 장르를 오가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쌓아올린 작가 김호연. 그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불편한 편의점』은 청파동 골목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을 무대로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의 삶의 속내와 희로애락을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망원동 브라더스』에서 망원동이라는 공간의 체험적 지리지를 잘 활용해 유쾌한 재미와 공감을 이끌어냈듯 이번에는 서울의 오래된 동네 청파동에 대한 공감각을 생생하게 포착해 또 하나의 흥미진진한 ‘동네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서울역에서 노숙인 생활을 하던 독고라는 남자가 어느 날 70대 여성의 지갑을 주워준 인연으로 그녀가 운영하는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덩치가 곰 같은 이 사내는 알코올성 치매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데다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떠 과연 손님을 제대로 상대할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갖게 하는데 웬걸, 의외로 그는 일을 꽤 잘해낼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묘하게 사로잡으면서 편의점의 밤을 지키는 든든한 일꾼이 되어간다.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와 그들 간의 상호작용을 점입가경으로 형상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작가의 작품답게 이 소설에서도 독특한 개성과 사연을 지닌 인물들이 차례로 등장해 서로 티격태격하며 별난 관계를 형성해간다. 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다 정년퇴임하여 매사에 교사 본능이 발동하는 편의점 사장 염 여사를 필두로 20대 취준생 알바 시현, 50대 생계형 알바 오 여사, 매일 밤 야외 테이블에서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 세트로 혼술을 하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푸는 회사원 경만,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청파동에 글을 쓰러 들어온 30대 희곡작가 인경, 호시탐탐 편의점을 팔아치울 기회를 엿보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뒤를 캐는 사설탐정 곽이 그들이다. 제각기 녹록지 않은 인생의 무게와 현실적 문제를 안고 있는 이들은 각자의 시선으로 독고를 관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해와 대립, 충돌과 반전, 이해와 공감은 자주 폭소를 자아내고 어느 순간 울컥 눈시울이 붉어지게 한다. 그렇게 골목길의 작은 편의점은 불편하기 짝이 없는 곳이었다가 고단한 삶을 위로하고 웃음을 나누는 특별한 공간이 된다.청파동 골목에 자리 잡은 작은 편의점 ALWAYS. 어느 날 서울역에서 살던 사내가 야간 알바로 들어오면서 편의점에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기피하고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던 인물의 변신과 반전, 아이러니한 상황 전개는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다. 염 여사의 편의점은 직원들 입장에서는 비교적 좋은 대우를 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지만 주변에 편의점이 하나둘 생기면서 경쟁에서 밀리자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러다 보니 동네 사람들에게 ‘불편한 편의점’으로 인식되는데, 이런 와중에 얼마 전까지 노숙자였던 ‘미련 곰탱이’ 같은 사내에게 야간 시간대를 맡긴다니 기존 직원들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그런데 걱정도 잠시, 그가 들어온 후 편의점에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일기 시작한다. 그는 물건을 슬쩍한 뒤 튀려는 불량학생이나 한밤중의 취객을 제법 잘 다루고, 일명 제이에스라 불리는 진상 손님까지 두 손 들고 나가 떨어지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편의점은 비싸다며 오지 않던 동네 노인들마저 독고의 싹싹한 태도에 마실 나오듯 편의점을 어슬렁거리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오전 매출이 쑥 올라간다. 독고가 일으킨 변화의 바람은 동료들에게도 전해진다. 편의점 알바를 하며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시현은 신참 독고에게 매장 업무 교육을 해주다 그가 불쑥 건넨 말 한마디에 자신의 숨은 재능을 발견한다. 얼마 후 그녀는 다른 편의점에 스카우트된다. 아들과의 관계 단절로 속을 태우는 오 여사는 자신의 하소연을 귀담아 들어주고 아들과 소통할 방법을 넌지시 알려주는 독고에게 큰 감명을 받는다. 그런가 하면 어떤 손님은 독고의 눈빛과 접객 태도에서 영락없는 사장의 풍모를 추리해내기도 한다. 집과 회사 양쪽에서 점점 존재감을 잃어가는 세일즈맨 경만은 퇴근길 편의점에서 하는 혼술이 유일한 낙인데, 어느 날부터 편의점의 밤을 장악한 사내를 사장이라 지레짐작하여 못마땅한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그 역시 독고의 순수한 호의 앞에서 얼어붙은 마음이 스르르 풀어지고 만다. 독고 효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염 여사로 하여금 독고를 쫓아내고 편의점을 팔게 하려던 민식은 그녀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엄마와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고, 민식의 사주로 독고의 뒷조사를 하던 곽 씨는 오히려 타깃인 독고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만다. 지친 상태로 대학로를 떠나와 마지막 글쓰기에 매달리는 희곡작가 인경은 서울역 홈리스였던 이상한 알바와 매일 밤 취재차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쓸 수 있다는 용기를 되찾는다. 어쩌면 이곳 편의점에서는 손님이든 직원이든 서로가 서로에게 구원과 영감을 주는 존재들인지 모른다. 애초에 염 여사가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독고가 이를 받아들인 것도 살기 위한 마지막 본능에 가까웠고, 염 여사 역시 덕분에 편의점의 밤을 맡길 든든한 인재를 얻었으니 그들은 서로를 지켜낸 셈이다. 삶은 관계이자 소통,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소설은 일곱 개의 에피소드를 통해 편의점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시선으로 독고의 모습을 비춘다. 그리고 마지막은 독고의 독백으로 마무리된다. 편의점 일에 숙달될수록 독고는 기억을 조금씩 되찾는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알코올로 굳어진 뇌가 활성화되면서 기억의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어쩌다가 모든 것을 잃고 술에 빠져 살다가 기억마저 잃어버리고 노숙인이 되었을까. 분명한 것은 그가 편의점에서 두 계절을 보내면서 다시 살아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가 기억을 거의 회복할 무렵 대구 지역에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와 함께 독고에게도 결단의 시간이 찾아온다. 불편한데도 자꾸 끌리는 이상한 편의점 이야기는 코로나로 인해 여전히 불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침맞게 도착해 유쾌한 웃음과 다정한 위로를 건넨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면 삶은 관계이자 소통이며, 행복은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다는 한결같은 진리를 다시금 되새기게 될 것이다. 편의점이란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곳이고 손님이나 점원이나 예외 없이 머물다 가는 공간이란 걸, 물건이든 돈이든 충전을 하고 떠나는 인간들의 주유소라는 걸,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이 주유소에서 나는 기름만 넣은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고쳤다. 고쳤으면 떠나야지. 다시 길을 가야지. 그녀가 그렇게 내게 말하는 듯했다. (2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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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커버이미지)
    [문학]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 이치조 미사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모모
    • 2022-02-10

    매일 기억을 잃는 너와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사랑을 했다“머리가 아플 정도로 펑펑 울고 말았다.반드시,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_아마존 독자평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 수상작총 4,607편의 응모 작품 중 최고로 손꼽힌 걸작,모든 심사위원이 눈물을 쏟은 압도적 작품!밤에 자고 일어나면 기억이 리셋되는 ‘선행성 기억상실증’을 앓는 소녀 히노 마오리와 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 가미야 도루의 풋풋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매우 수준 높은 청춘 소설로 탄생시켰다는 극찬을 받으며 제26회 전격소설대상 ‘미디어워크스문고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간질간질한 청춘의 로맨스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국면으로 끌고 가, 깐깐하고 엄격한 심사위원 모두를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는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남긴 소설이기도 하다.“날 모르겠지만, 사귀어줄래…?” 어쩔 수 없이 건넨 도루의 거짓 고백을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 지킬 수 있어?”라는 조건을 걸고 허락한 히노. 조건부 연애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연인이지만 연인이 아닌 이 특수한 관계는 ‘매일 기억이 사라지는’ 잔혹한 현실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까? 이들 사랑의 끝에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머리는 너를 잊어도, 심장은 너를 잊지 않았어.세상에 단 한 번뿐인 하루,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촘촘히 쌓아 올린 서사 위에서 불꽃처럼 터지는 강렬한 전율!무미건조한 인생을 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생 가미야 도루. 괴롭힘당하는 친구를 돕기 위해 나섰다가 의도치 않은 일에 휘말린다. “1반의 히노 마오리에게 고백하면 더 이상 괴롭히지 않을게.”어쩔 수 없이 하게 된 거짓 고백. 당연히 거절당할 줄 알았지만, 히노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고 고백을 받아들인다. “첫째, 학교 끝날 때까지 서로 말 걸지 말 것. 둘째, 연락은 되도록 짧게 할 것. 셋째, 날 정말로 좋아하지 말 것.”그렇게 시작한 가짜 연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여갈수록 히노를 향한 마음은 점점 커져가고, 도루는 세 번째 조건을 깨고 고백을 하고 만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는데…. “나는 병이 있어. 선행성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는데, 밤에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려. 그날 있었던 일을 전부.”날마다 기억을 잃는 히노와 매일 새로운 사랑을 쌓아가는 날들. 도루는 히노의 내일을 언제까지고 지켜줄 수 있을까? 이들의 관계를 뒤흔들 어두운 그늘의 정체는 무엇일까?제26회 전격소설대상을 수상한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면》은 대담한 구성과 치밀한 심리 묘사,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돋보이는 수준 높은 청춘 소설이다. 자극적인 사건 없이도 한번 손에 잡으면 끝까지 술술 읽어나가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대단할 뿐 아니라 결말로 달려가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해 독자를 큰 충격에 빠뜨린다. 일반적인 청춘 소설의 공식을 따라가지 않고 충격적인 사건을 과감하게 배치해 독자에게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솜씨가 신예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감탄을 자아낸다.“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지금까지 읽은 연애 소설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는 굉장히 좋은 작품.” “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더없이 아름답고 싱싱한 소설.” “머리가 아플 정도로 펑펑 울고 말았다. 반드시,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일본 독자들이 보낸 이 열광적인 반응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선명히 그려지는 풍경,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현실적인 캐릭터,너무나 사랑스러워 더없이 안타까운 아름다운 청춘의 초상.조건부 연애를 시작한 도루와 히노는 매일 방과 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주말이면 도시락을 싸 들고 벚꽃 구경을 가며 서로를 향한 마음을 쌓아간다. 아직 사랑이라 부르기엔 조심스러운, 두 사람의 설익은 감정이 흩날리는 봄의 벚꽃, 초여름의 자전거, 한여름의 불꽃놀이와 같은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풍경을 통과해가며 점점 무르익어가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첫사랑의 아련한 감성, 막 시작하는 사랑이 품고 있는 두근거리고, 긴장되고, 아슬아슬한 그 감정을 계절에 따른 변화와 싱그러운 이미지로 고스란히 전달한다.이제 막 쉽지 않은 사랑을 시작한 두 주인공의 곁에는 각자의 고민을 끌어안고 살아가면서도 두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탱해주는 다양한 인물이 있다. 약간 비만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의 대상이 된 시모카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약해져버린, 하지만 아직도 소설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아버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집을 떠난 누나, 도루와 히노의 사랑을 바로 곁에서 응원하고 도와주는 이즈미 등 현실감 넘치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소설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더불어 이 책은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가 중심이지만 청춘이 통과의례처럼 거치는 방황, 그 속에서 나름대로 길을 찾고 나아가는 모습 또한 놓치지 않고 포착한다. 가족 간의 갈등을 외면하고 묻어두기만 했던 도루, 우연한 사고로 얻은 ‘선행성 기억상실증’으로 고통받는 히노, 부모님의 별거로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이즈미, 이유 없는 학교폭력의 희생자가 되었지만 그 와중에도 친구를 지키고자 노력하는 시모카와 등 흔들리고, 부딪히고, 나아가는 인물들의 심리를 능숙한 완급 조절을 통해 섬세하게 엮어냈다. 독자는 이들이 경험해가는 성장통을 지켜보며 자신의 청춘 시절을 떠올리고, 처음 마주하는 삶의 고난을 진지하게 헤쳐 나가는 모든 청춘을 응원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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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커버이미지)
    [문학]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 잠언 시집
    • 류시화 엮음
    • 열림원
    •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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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커버이미지)
    [문학]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
    •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02-10

    “정말 고마워. 나한테 정말 필요한 꿈이었어.”“이게 네가 찾던 꿈이길 바라.”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달러구트 꿈 백화점》, 그 두 번째 이야기어느덧 페니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한 지도 1년이 넘었다.재고가 부족한 꿈을 관리하고, 꿈값 창고에서 감정으로 가득 찬 병을 옮기고, 프런트의 수많은 눈꺼풀 저울을 관리하는 일에 능숙해진 페니는 자신감이 넘친다. 게다가 꿈 산업 종사자로 인정을 받아야만 드나들 수 있는 ‘컴퍼니 구역’에도 가게 된 페니는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그곳에서 페니를 기다리고 있는 건, 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로 가득한 ‘민원관리국’이었다. 설상가상 달러구트는 아주 심각한 민원 하나를 통째로 페니에게 맡기는데…“왜 저에게서 꿈까지 뺏어가려고 하시나요?”라는 알쏭달쏭한 민원을 남기고 발길을 끊어버린 792번 단골손님.페니는 과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오랜 단골손님을 되찾을 수 있을까? 1년 내내 베스트셀러 1위, 독자들이 뽑은 ‘최고의 힐링 판타지’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으로 초대합니다. 첫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팩토리나인, 2020)로 그야말로 판타지 돌풍을 일으킨 이미예 작가가 후속편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를 야심차게 선보인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는 2021년 교보문고와 예스24가 발표한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 1년 내내 베스트셀러 TOP 10에 오르며 출판계에 새로운 한 획을 그었다. 1권은 현재 종이책만 55만 부 이상을 판매, 해외 10여 개국에 수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드라마화가 확정되어 진행 중이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사랑을 받으며, 2020년 서점별 ‘올해의 책’뿐만 아니라 창원·대구·부천·의정부 등 각 시도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한 온라인 서점 관계자는 이 책에 관하여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식지 않는 인기는 이야기에 담긴 따뜻한 위로와 상상이 지닌 힘을 증명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독자들은 이 책을 ‘어른들을 위한 힐링 판타지’라고 칭한다. 한 독자는 “가볍고 흥미롭게 읽기 시작하였으나 마지막엔 눈가를 훔치다가 미소 띠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라고 하고, 또 다른 독자는 “읽는 시간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질 만큼 재미있었고 중간에 감동하여서 울기도 했네요. 어릴 때 호그와트 입학 허가서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듯이, 매일 밤, 잠들 때마다 달러구트의 꿈 백화점을 방문할 수 있기를”이라며 후기를 남겼다. 1년 만에 돌아온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단골손님을 찾습니다》는 독자들에게 더 깊어진 감동과 공감을 자아내며 다시 한번 ‘좋은 꿈’을 선사할 것이다. “정말 고마워. 나한테 정말 필요한 꿈이었어.”“이게 네가 찾던 꿈이길 바라.”어느덧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한 지 1년이 된 페니. 제법 꿈 백화점의 일이 손에 익어 자신감이 넘친다. 첫 번째 연봉협상과 함께 꿈 산업 종사자로 인정을 받아 ‘컴퍼니 구역’에도 출입할 수 있게 된 페니는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하지만 그곳에서 페니를 기다리고 있는 건, 꿈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는 사람들로 가득 한 ‘민원관리국’이었다.페니는 “왜 저에게서 꿈까지 뺏어가려고 하시나요?”라는 알쏭달쏭한 민원을 남기고 발길을 끊어버린 792번 단골손님에 대해 알게 된다. 792번 손님을 시작으로 지금껏 본 적 없던 유형의 손님들을 접하는 것과 동시에 페니의 세상은 한층 넓어진다.꿈에 들어가는 감각을 만드는 데 쓰는 온갖 재료와 테스트 장비가 마련되어있는 오감 테스트 센터, 개성이 넘치는 꿈 제작사들, 만년 설산에서 내려와 수상한 일을 벌이는 니콜라스, 비밀스럽게 죄책감 분말을 잔뜩 사는 악몽 제작자 막심, 베일에 싸여 있던 두 번째 제자의 행방, 그리고 늙은 녹틸루카들이 일하는 수상한 녹틸루카 세탁소까지. 과연, 이곳에서 어떤 새로운 일들이 벌어질까?“추억에 잠겨 있는 중이에요. 그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이지.”“글쎄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단다. 무기력증은 누구나 겪는 일이야. 나도 그럴 때가 있거든. 이럴 때야말로 우리가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하지 않겠니? 우리의 단골손님이시잖니.”“지금 손님의 상황도 세탁기 안에 가득 들어 있는 물에 젖은 수면가운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냥 아주 잠깐 젖어 있는 것뿐이지요. 물에 젖은 건 그냥 말리면 그만 아닐까요?”- 본문 중에서 민원을 낸 사람들은 왜 꿈을 꾸지 않으려고 할까? 그리고 사라진 단골손님들은 어디로 간 걸까? 꿈 백화점의 각 층에서 애쓰는 매니저들과 손님들을 위해 특별한 축제를 준비하는 달러구트. 페니와 꿈 백화점의 직원들은 과연 오랜 단골손님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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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커버이미지)
    [문학]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 류시화 엮음
    • 오래된미래
    •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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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의 빌라 (커버이미지)
    [문학]여름의 빌라
    • 백수린 (지은이)
    • 문학동네
    • 2021-07-29

    <b>현대문학상, 문지문학상, 젊은작가상 수상작 수록!<BR>백수린 세번째 소설집<BR><BR>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不可解라는 축복<BR>비로소, 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b><BR><BR>소설집 『폴링 인 폴』 『참담한 빛』, 중편소설 『친애하고 친애하는』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백수린. 대체 불가능한 아름다운 문장과 섬세한 플롯으로 문단과 독자의 신뢰를 한몸에 받아온 백수린이 세번째 소설집 『여름의 빌라』를 선보인다. 현대문학상(「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문지문학상(「여름의 빌라」), 젊은작가상(「고요한 사건」 「시간의 궤적」) 수상작을 한 권에 만나볼 수 있는 『여름의 빌라』는 오직 백수린만이 가능한 깊고 천천한 시선으로 비로소-기어코 나의 작은 세계를 벗어나는 이들의 눈부신 궤적을 담은 작품집이다.<BR>“머뭇거리면서, 주저하며 나아가는 날들 중 언젠가 내 글에도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던 『폴링 인 폴』의 시절,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고, 그들의 흔적을 애틋한 마음으로 주워모으는 사람이 되”기를 바랐던 『참담한 빛』의 세계를 고스란히 품은 채 『여름의 빌라』에 당도한 작가는 이제 “성급한 판단을 유보한 채 마음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직시하고 찬찬히 기록”(‘작가의 말’)하기를 소망한다. 2016년 여름부터 2020년 봄까지를 갈무리한 총 여덟 편의 이야기 속엔 작가의 눈앞과 마음 안에서 펼쳐진 풍경을 직시한 파노라마가, 인생의 여름 안에서 마주하는 ‘불가해’라는 축복이, 한 겹의 베일을 걷어내면 더할 나위 없이 우아한 생의 이면이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BR><BR><b>인생의 불가사의에 대해 가장 우아하게 말하는 법. <BR>그런 걸 찾는다면 이 소설을 읽어야 한다. _박연준(시인)<BR><BR>이제 백수린의 소설은 두 팔을 뻗어 자신이 스스로 단련한 근육을 통해 <BR>모어와 모국, 모성의 세계의 불균질함까지 나아간다. _김금희(소설가)</b><BR><BR>백수린 소설의 화자는 모름지기 조심스럽다. 이 사려 깊은 인물들이 지나온 “결정적인 한 장면”(「고요한 사건」)을 둘러싼 계절과 세월을 함께 좇아가보는 일이 그의 소설을 읽는 주요한 독법이자 체험일 것이다. ‘결정적인 한 장면’이란 그저 작가가 그려내는 클라이맥스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히려 자신의 최선으로 사려 깊었기에 피치 못한 시차視差와 사각死角을 ‘이제 와’ 되짚고 대면하는 여정에 더욱 가깝다. 표제작 「여름의 빌라」와 「시간의 궤적」은 그때는 미처 보지 못한 이면의 진실이 오랜 시차를 두고 당도하는 이야기다.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을 가진 ‘나’와 ‘언니’(시간의 궤적」), ‘주아’와 ‘베레나’ 부부(「여름의 빌라」)가 일식하듯 포개어졌다 다시금 멀어지는 과정을 반추하며 비로소 생생한 과거에 다다르는 과정을 작가는 그려낸다. 선명한 상실의 감정 앞에서 단절이 아닌 마주하는 용기를 택하는 소설 속 화자들에게 상실은 더이상 상처가 될 수 없다.<BR>모국에서든 이국에서든 유배의 감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화자들, 이를테면 ‘전학생’ ‘아시아인’ ‘여성’으로서 내 안의 소수자성을 끊임없이 인식하고 제 위치를 살피는 백수린의 화자들에겐 딛고 선 모든 땅이 언제나 이국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그 경계는 쉬이 지워지지 않지만, 내 안의 이인異人을 부단히 인식하는 인물들은 타자의 삶을 예단하는 대신 자신의 삶으로 들여놓으며, 반대로 감히 타인이 되어보기를 경계하기에 고독해지는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재개발지역에 불시착한 듯한 한 가족과 그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나의 고독과 한계를 한 폭의 정물화로 그려낸 「고요한 사건」, 어느 밤 힘겨워하는 노인을 돕는 ‘착한 일’이 초래한 비극으로 자꾸만 그날로 되돌아가는 한 남자를 그린「아주 잠깐 동안에」에는 작가가 오래도록 천착해온 경계의 윤리가 촘촘하게 구현되어 있다. <BR>한편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는 이번 소설집 안에서도 “아주 우아하게 다른 방향으로 결을 뻗은 놀라운 작품”(김금희)이다. 모체에 가두어져 있던 욕망이 서서히 발화하는 과정을 담은 이 소설은 아주 낯선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작품이 될 것이다. 또한 「폭설」 「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흑설탕 캔디」는 백수린이 그리고자 하는 여성과 여성의 욕망을 이채롭게 변주한 삼부작으로도 읽힌다. 더이상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 아닌, 이제는 거울이 필요 없는 “자신의 인생을 특별한 서사”(「흑설탕 캔디」)로 다시 쓰는 여성들의 우아한 여정이 이 소설들엔 담겨 있다. 소설집의 마지막에 실린 「아카시아 숲, 첫 입맞춤」은 백수린의 한 시절을 닫는 소설로 부족함이 없다. 과거와 현재를 이음매 없이 오가는 한없이 서정적인 문장 속에서 순수와 도발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한 시절 역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진 매혹적인 서사”로 채워질 것이다.<BR><BR><b>“어떤 이와 주고받는 말들은 아름다운 음악처럼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고,<BR>대화를 나누는 존재들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인도한다는 사실”</b><BR> <BR>이제 그는 선량한 호기심으로 나와 타인을 가르는 경계선들을 세심하게 살핀다. 복잡한 갈등을 외면하지 않은 채로 공존의 공간을 모색하면서 말이다. (…) 낙관이나 비관으로 섣불리 기울어지지 않고, 손쉬운 납득을 위해 인물을 납작하게 그리고 싶은 유혹을 떨치면서 계속 이야기를 써나가겠다는. 백수린의 이야기가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_황예인(문학평론가), 해설 「나의 작은 세계에서 벗어나서」에서<BR><BR>백수린 소설의 화자들은 더이상 여리거나 약하지 않다. 그들은 누구보다 기민하게 세계의 변화를 감지하고, 천천히 균열을 직시하며, 관계의 어긋남을 아프게 헤아린다. 그 예민함으로 외면을 택하기보다 공존을 모색하기에 조용하게 단단해진다. 손쉬운 이해나 혐오에 빠지지 않고 사랑으로 이행하려는 이의 행보와 입술은 언제나 무거울 수밖에 없으리라. 그렇기에 백수린이 그려내는 제자리를 찾아가기 위한 흔들림의 자취, 고요한 열정은 언제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동반한다.<BR>맑은 눈으로 세상을 응시할 때 담기는 풍경, 그리하여 너머와 다음을 예비하는 시선에는 때론 결기마저 서려 있다. 명쾌한 이치를 제시하기보다 복잡하게 아름다운 세계를 찬찬히 기록하려는 반짝이는 눈동자는 빛으로 형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간 사이에 징검돌을 놓는 듯한 섬세한 문장과 그것보다 더욱 촘촘하게 직조한 감정의 플롯은 비좁은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도록 우리를 인도할 것이다. 상처와 과오를 기꺼이 꺼내 보이는 용기는 낯설지만 더 넓은 세계로 데려다놓는 길이 된다. “상서로운 눈이 내린다던 소설小雪의 밤”(「고요한 사건」)에서 소서小暑의 여름의 빌라에 이르기까지, 그 길에서 만나는 애틋함도 슬픔도 기쁨도 불가해함도 모두 축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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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커버이미지)
    [문학]명상록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철학자 황제가 전쟁터에서 자신에게 쓴 일기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은이), 박문재 (옮긴이)
    • 현대지성
    • 2021-07-29

    <b>그리스어 원전 완역판<BR>하버드대, 옥스포드대, 시카고대 필독 고전<BR>“1년에 두 번은 꼭 읽는다.” -빌 클린턴(前 미국 대통령)</b><BR><BR>현대지성에서 출간한 『명상록』은 영어, 라틴어, 그리스어에 능통한 박문재 번역가가 심혈을 기울여 꼼꼼히 번역한 그리스어 원전 완역판이다. 여기에 독자들을 위해 번역 과정에서 알게된 지식을 바탕으로 번역가의 상세한 해제를 수록하였고, 또한 아우렐리우스가 많은 영향을 받은 에픽테토스의 ‘명언집’을 부록으로 담아 이 불멸의 고전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BR>플라톤이 꿈꾸던 철학자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가 쓴 명상록은 전쟁을 수행하고 통치하는 동안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단편적으로 기록한 책으로, 논증적인 글과 경구가 번갈아 나타난다. 그에게 자신의 내면은 외적인 그 어떤 것도 침범할 수 없는 “요새”였다. 따라서 명상록은 우리가 그의 요새의 광장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셈이다.<BR>아우렐리우스는 스토아 철학을 자기 나름대로 변형시킨 것을 근간으로 삼아서,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던 아주 민감한 도전들이자 인류 전체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도전들에 대처하기 위한 힘을 발견하기 위해서, 자신의 핵심적인 신념들과 가치들을 짤막하면서도 강렬하고 흔히 힘 있는 성찰들을 통해 정확하게 표현해내려고 애쓴다. 그 도전들은, 그에게 다가오고 있던 죽음을 어떤 식으로 맞아야 하는가 하는 것,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정당화해 주는 논리를 발견하는 것, 자연 세계 속에서 도덕적인 교훈을 찾아내는 것 등이었다.<BR>명상록은 오랜 세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고전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 사상은 마르쿠스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스토아 철학이고, 에픽테토스의 가르침에서 나온 것이지만, 일부는 플라톤주의에 가까웠다. <BR>인간의 삶과 죽음을 영원의 관점에서 성찰한 마르쿠스의 이 저작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도전과 격려와 위로를 주는 영속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BR><BR><b><BR>이 책의 특징<BR>#그리스어 원전 완역판<BR>#전문 번역가 박문재의 상세한 작품 해설수록<BR>#아우렐리우스가 많은 영향을 받은 에픽테토스의 ‘명언집’ 국내 최초 수록<BR>#하버드대, 옥스포드대, 시카고대, 서강대 필독서</b><BR><BR>명상록은 오랜 세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가운데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 사상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자신의 것이긴 하지만 독창적인 것은 아니었다.<BR><b><BR>1. 명상록은 어떤 책인가</b><BR>명상록을 쓴 일차적인 목적은 그가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생각들을 살펴보고,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인지를 자기 자신에게 충고하기 위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 오래된 책이 하버드대와 옥스포드대 필독 고전에 들어갔는가?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온 삶 전체를 떠받쳐왔던 중요한 명제들, 윤리와 관련된 핵심적인 원리들과 통찰들을 짧은 글들 속에 명료하게 담아내고자 했다. 다음으로 좀 더 큰 틀에서 이 저작의 목적은 기원후 1세기와 2세기에 인간이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윤리를 담은 책을 펴내어 널리 전파하는 것이었다.<BR>그에게 특히 큰 영향을 끼쳤던 것은 에픽테토스의 글이었다. 그가 기반으로 하고 있던 스토아 철학에서 널리 사용되던 두 가지 유형의 저작은 그의 명상록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한 가지 유형은, 윤리적인 삶을 어떻게 영위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지침을 제시하는 것인데, 키케로의 의무론이 유명한 예였다. 또 다른 유형의 저작은, 인간이 심리적이고 윤리적으로 어떤 실패들을 겪는지를 밝히고서, 그것들을 질병으로 규정하여 치유하는 수단으로 철학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세네카의 분노론이 그런 저작이었다.<BR>마르쿠스의 명상록은 이 두 유형의 저작들의 저술 목적과 주제들을 반영해서, 충고와 치유를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결합하여 제시한다.<BR><b><BR>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사상</b><BR>마르쿠스는 명상록에서 오직 스토아 철학에만 의거해서가 아니라 여러 철학 학파들의 사상을 혼합해서 자신의 신념을 설파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절충주의적인 태도는 당시의 지식인 세계에서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이 시대의 일반적인 경향은 어느 한 철학 학파를 신봉하여 따르는 것이었다.<BR>스토아 철학이 마르쿠스에게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주는 좀 더 적극적인 이유는, 명상록에서 그는 스토아 철학의 전문용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어떤 때에는 그 개념들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재구성해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에는 스토아 철학의 냄새를 강하게 풍긴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마르쿠스는 기본적으로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을 따르면서 거기에 기반해서 여러 철학 학파의 사상들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BR><b><BR>3.스토아 철학의 핵심 개념</b><BR>당시의 스토아 철학의 특징으로 다섯 가지를 들 수 있고, 이것들은 명상록에서 두드러지게 강조되고 있는 주제들과 일치한다.<BR>첫 번째는, 미덕을 따라 사는 삶만이 행복한 삶이라고 본 것이다. 즉 인간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미덕이 전부라는 사상이다.<BR>두 번째는, 인간의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들을 가치 있거나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느냐와 관련된 신념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결정된다고 보는 사상이다. 즉 감정과 욕망은 인간의 정신생활에서 별개의 비이성적인 차원을 형성하지 않는다.<BR>세 번째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다른 사람들을 유익하게 하고자 하는 내재된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보는 사상이다.<BR>네 번째는, 자연학에 속한 것으로서 윤리학과 자연학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 쟁점들 중 하나는, 자연 또는 우주에는 내재된 목적 또는 의미가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단지 자연적인 법칙들이나 과정들이 제멋대로 작용해서 생겨난 결과물일 뿐이냐 하는 것이었다. 스토아 철학자들은 첫 번째 견해를 채택해서 모든 일은 이미 결정되어 있고, 일련의 모든 사건들은 신의 목적이나 섭리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보았던 반면에, 에피쿠로스 철학자들은 두 번째 견해를 채택해서, 물질의 원자적 성격에 기초한 자신들의 사상을 설파했다. 스토아 철학에서는 윤리학과 자연학 같은 철학의 분야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서로를 밑받침해 준다고 보았다. 따라서 신의 섭리에 대한 그들의 신념은 자연학의 일부였지만, 윤리학과 관련된 중요한 틀을 제시해 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리고 반대로 윤리학은 섭리를 비롯한 신과 결부된 원리들을 밑받침해 주고 의미 있게 해 주었다.<BR>다섯 번째는, 스토아 철학자들은 철학을 고도로 통일되고 지식체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BR><b><BR>4. 명상록에 자주 등장하는 주제들.</b><BR>마르쿠스는 자신의 명상록에서 아주 표준적인 스토아 철학의 주제들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리가 예상할 수 없었던 자신만의 독특한 표현방식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그는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그가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으로 표현한 것은 “이성”을 가리킨다. 그는 인간을 구성하고 있는 서로 다른 부분들인 “육신”과 “정신”을 대비시킨다. 표면상으로 볼 때에는 몸이 없는 정신과 몸을 지닌 육신을 구별하는 플라톤적인 이원론을 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대목들은 앞에서 살펴본 스토아 철학의 첫 번째 특징적인 사상을 반영해서 윤리적인 교훈을 제시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BR>다른 주제들에서는 마르쿠스에 대한 스토아 철학의 영향이 좀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그는 에픽테토스와 마찬가지로 어떤 일이나 환경에 대해서 선하다거나 악하다는 쓸데없는 판단을 덧붙임으로써 괴로움을 자초하지 말라고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충고한다.<BR>마르쿠스는 한편으로는 신적인 질서 또는 우주적인 질서가 인간의 윤리적 삶에 중요한 틀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상을 자주 언급하고, 이 점에서 에픽테토스를 많이 연상시키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섭리인가 원자들인가”라고 반문함으로써, 자연에 내재하는 목적이 있다는 스토아학파의 사상과, 우주는 그저 원자들의 이합집산의 결과물일 뿐이라는 에피쿠로스학파의 사상 중에서 어느 쪽의 세계관이 참된 것인지를 단정하지 않고 유보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BR>전체적으로 보아서, 마르쿠스는 자신의 명상록에서 스토아 철학을 충분히 이해해서 윤리학과 자연학을 통합한 사상을 훌륭하게 제시하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스토아학파의 섭리적인 세계관이 참되다고 믿었고, 그런 세계관을 기반으로 해서 인간의 윤리적 실천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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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칵테일, 러브, 좀비 (커버이미지)
    [문학]칵테일, 러브, 좀비
    • 조예은 (지은이)
    • 안전가옥
    • 2021-07-29

    <b>이토록 생생한 어둠</b><BR>어떤 감정은 곧잘 무시당한다. 여성이라서, 자식이라서, 부유하지 못해서, 남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겪는 어둡고 축축한 마음이 그렇다. 괴로움을 호소했다가는 너무 예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 문제는 별것 아니라고들 한다. 조예은 작가는 《칵테일, 러브, 좀비》 속 모든 작품에서 홀대받는 감정들을 생생하게 끄집어내며 반기를 든다. 그러한 감정들에는 분명한 실체가 있으며 그 주인에게 구체적인 고통을 안긴다. <BR>허리가 길다고, 이마가 좁다고, 저번에 입은 옷은 영 별로였다고 쉽게 평가하는 남자친구를 향해 바로 전하지 못한 말들은 가시가 되어 목구멍을 찌른다(&lt;초대&gt;). 수십 년 인생을 남편 뒷바라지에 바친 아내는 좀비로 변한 남편을 보며 “저 막돼먹은 인간 없이 사는 게” 무섭다며 울먹인다(&lt;칵테일, 러브, 좀비&gt;). 침전된 괴로움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둘러 온 아버지가 어머니를 칼로 찌르자, 목격자인 자식은 이내 그 칼로 아버지를 찌른다(&lt;오버랩 나이프, 나이프&gt;). 살아서 다 풀지 못한 어둠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넋은 귀신의 모습으로 그 자리에 남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를 이어 가는 것이다(&lt;습지의 사랑&gt;). <BR><BR><b>잔혹함의 온기</b><BR>오랜 고통을 충분히 위로받지 못한 조예은 작가의 인물들은 어느 순간 손에 무기를 든다. 자신을 옭아맸던 사람, 그 사람을 만든 세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확실한 결별을 원하는 그들은 세간의 도덕률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작가가 택한 스릴러, 호러라는 장르의 문법은 이 지점에서 이야기와 멋지게 맞아떨어진다. <BR>잔혹한 장면을 곱씹을수록 느껴지는 것은 기묘하게도 다정함이다. 친구가 나를 괴롭힌 자들에게 악담을 퍼붓는다면 그 말의 거친 어감보다는 친구의 상냥한 마음씨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이다. 《칵테일, 러브, 좀비》 속의 총과 칼, 선혈과 비명 너머에 그 온기가 있다. 누구의 어떤 고통도 당연하지 않다. 우리는 더 분노해도 괜찮다.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비난하지 않는다. 그저 붉게 물든 손을 맞잡고 앞으로 나아갈 따름이다. 지극히 장르소설다운, 장르소설이기에 가능한 공감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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